퇴원하고 나서가 진짜 시작이었다
3박 4일을 입원하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혹시 상태가 심각해져 다른 문제가 생기면 치료도 해야되고, 내가 받아야 할 치료방법들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신 것 같았다. 입원해서 링거를 맞거나 다른 검사를 한 건 아니었고 헤파린 주사만 맞으면서 스타킹 신고 다리 올리고 있으면서 다리가 나아지길 기대했으나 하루이틀 주사 맞는 걸로는 어림없었다.
퇴원 후 주사 맞는 건 어떻게 하나. 임신하고 몸도 힘든데 첫째 등하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서 있는 것도 힘든데 집안일이고 뭐고 아이 밥은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내 상황에 대한 한탄을 하고 있는데 나에게 가장 중요한 첫째가 어린이집을 갔다가 병원에 오기로 했다~ 보고 싶은 우리 첫째~ 이때는 코로나 전이라서 면회가 자유로운 편이었다. 6인실 병실이라 불편하긴 했지만 내가 걷기가 힘들어서 첫째가 병실로 왔다. 커튼 닫고 엄마 침대에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같이 시간을 보냈다. 밤이 되어 휠체어를 타고 나가 첫째랑 잠깐 산책을 하고는 차에서 내 옆에서 재운 다음 집에 돌려보냈다. 돌려보낼 때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입원 3일차가 되었다. 저녁에 퇴원하고 싶다고 의사를 붙잡고 이야기했다. 딱히 치료받는 건 주사 말고는 없는데 그냥 집에 가서 남편한테 해달라고 하거나 정 안 되면 병원 가서 맞겠노라고 퇴원 좀 시켜주세요~ 했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간다!! 혼자 아무것도 못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집에 가서 누워 있나 병원에서 누워 있나 그거나 그거나 비슷할 것 같았다.
주사를 맞을 때마다 멍이 들고 울음이 났다
역시 집은 첫째도 옆에 있고 남편도 옆에 있고. 참 좋았다. 하지만 주사는 예외였다. 간호사선생님이 놔주시는 주사가 그리울 정도였다. 남편이 하루에 두 번 두대씩 주사를 놓아주는데 주사 맞는 게 너무 힘들었다. 매일 왼쪽 오른쪽 두 대씩 아침저녁으로 맞으니 온 팔을 다 건드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맞을 때마다 아프고 맞고 나서도 아프고 피부는 멍투성이가 됐다. 그래도 주사를 놔주는 남편은 한 번도 짜증내지 않고 묵묵히 해줬다. 사실 남편도 주사를 놔본 적이 없는데 얼마나 무서웠을까? 잘못될까 봐도 걱정되었을 텐데~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출산 전까지 계속 주사를 놔줬다.
나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주사를 맞으면서 “아!” 하면서 남편한테 화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은데 그때는 나도 너무 아프고 무섭고 지쳐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도 남편은 나를 걱정하고 이해해주려고 했다.
매일 주사 맞으며 조금씩 조금씩 걷거나 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당연히 압박스타킹을 신고 누울 때는 다리를 심장보다 높은 곳에 올리고 아주 불편하지만 생존을 위해 관리방법을 잘 따르고 있었다. 처음엔 10초, 며칠 후엔 몇 분씩은 서 있을 수 있으니 밥도 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때도 이렇게 주사 맞을 양을 계산해봤는데, 하루에 4대씩 일주일이면 28대, 한 달이면 주사 112대였다. 3개월치 받아왔으니~ 336대였다. ㅋㅋㅋㅋㅋ
나 하나 아프면서 온 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 또 일이 생겼다. 남편이 미끄럼틀에서 떨어질 것 같은 첫째를 붙잡으면서 손등을 미끄럼틀에 세게 부딪혔다. 느낌이 이상하다고 골절된 것 같다고 전화가 왔다. 바로 정형외과로 갔더니 정말 골절이었다. 우리가 삼재(?)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할 때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절뚝거리면서 내가 운전해서 아이를 등하원시키기로 했다. 남편이 한 손으로 운전하는 것도 걱정됐고 우리 집은 계속 굴러가야 하니까. 정말 많은 일이 한꺼번에 겹쳤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골절된 손으로 겨우겨우 주사를 놓아주는 남편과 멍든 팔을 보면서 계속 맞아야 하나 싶고, 맞을 때마다 긴장하고, 맞고 나면 욱신거리고, 그런 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일상은 멈출 수가 없으니 어떻게든 계속 이겨내며 살아지고 있었다. 첫째를 돌보고 바깥일도 바쁜 와중에 주사도 놓고 집안일도 도와주는 남편도 함께 이겨내야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나는 그때 평생 그렇게 많은 주사를 맞아 본 적이 없었고 동시에 우리 남편도 그렇게 많은 주사를 놔본 적이 없었을 거다. 남편이 나를 정말 사랑해 주는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 힘든 일을 같이 이겨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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