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가던 시간

심부정맥혈전증 안정기에 접어들다

혈관외과 외래와 산부인과 외래를 시간 맞춰 다니다가 3개월이 지나고 주사가 떨어져 다시 외래로 주사제를 받으러 갔다. 그날 담당 의사 선생님이 안 계셔서 물어보니까 다른 병원으로 가셨다고 했다. 순간 너무 당황스럽고 막막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다른 선생님에게 다시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고 이제는 안정기라 주사 용량을 조금 낮춰 주셔서 매일 아침에 한 대, 저녁에 한 대만 맞을 수 있게 됐다.

진짜 말만 들어도 살 것 같았다. 하루 네 번에서 두 번으로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내 하루가 완전히 달라졌다. 삶의 질이 높아졌달까? 이렇게 되면~ 출산 전까지 주사를 4개월 동안 하루 2대씩만 맞으면 되니까 240대 정도만 더 맞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 이전 3개월까지 합치면 총 570대 정도~ 참고로 주사기 쓰레기도 어마어마했다. 주사기는 개별 포장되어 있어 부피도 좀 있고 첫째가 만지면 안 돼서 걱정됐는데 반이나 줄다니~ 하하 좀 살 것 같다!

체중관리의 필요성

병원에서 출산 전까지 체중이 많이 늘지 않도록 관리해야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뭐가 있을까? 3개월이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었음에도 걸을 때 다리에 압력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서 많이 걷기는 힘들었다. 뛰긴 더 힘들 테고~ 요가도 도전을 해봤지만 역시 다리가 불편하고 첫째 때 손목을 많이 써서 손목에 무리가 갔다. 수영을 해볼까 했는데 발차기할 때도 무리가 좀 되는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오로지 숨 쉬기인가? 생각하다가 중력의 힘이 좀 약해질 것 같은 아쿠아로빅을 가보기로 했다.

일단 등록을 하고 한 번 해보고 어려우면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 생각했다. 상의는 래쉬가드, 하의는 스쿠버다이빙할 때 입는 바지를 입고 그 안에 압박스타킹을 신고 미리 선생님께는 질병으로 인해 수영복 대신 이렇게 입어도 되는지 허락을 받았다. 아쿠아로빅을 시작하는 날, 역시 거의 어르신밖에 없었지만 맨 뒤 구석에서 조금씩 따라 해봤다. 정말 다리에 무리가 별로 가지 않아서 괜찮았다. 덕분에 둘째 땐 첫째만큼 체중이 많이 늘지 않았던 것 같다.

식단은 아무래도 혈전 생기기 직전에 크레이프 케이크와 갈비찜이 문제가 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수많은 디저트류를 멀리하고 기름기가 많은 것은 잘 먹지 않게 되었다. 채소도 좀 많이 먹어보려 했는데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첫째 식사 챙겨주면서 같이 먹을 수 있게 밥으로 먹으려고 했다. 예전엔 첫째는 식사 챙겨주더라도 난 빵이나 군것질 위주로 먹었던 것에 비하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이전과는 달리 불안해하는 첫째

첫째는 엄마의 입원 이후로 엄마한테 잘 안 떨어지려고 했다. 엄마가 또 아플까 봐 걱정하는 게 느껴졌다. 네 살짜리 아이가 그 상황을 다 이해한 건 아니겠지만 분명히 뭔가 큰일이 있었다는 건 느낀 것 같았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리 세 식구는 그 시간을 잘 이겨냈다. 정말 무너질 것 같은 날들도 있었고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 같이 하루하루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심부정맥혈전증은 어떻게 관리할까?

심부정맥혈전증은 진단만 받고 끝나는 병이 아니라, 치료를 시작한 뒤에도 몸 상태를 계속 보면서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한다. 임신 중에는 혈전이 더 커지지 않게 하고 혈전 일부가 떨어져 폐로 가는 일을 막기 위해 항응고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NHS는 임신 중 DVT가 생기면 보통 헤파린 주사를 쓰고, 대개 임신 기간 내내 그리고 출산 후 최소 6주까지 주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내가 몇 달 동안 주사를 계속 맞아야 했던 것도 이런 관리의 일부였던 셈이다.

또 관리에서 중요한 건 증상 변화를 잘 보는 일이다. NHS와 RCOG는 다리의 통증, 붓기, 열감, 압통, 피부색 변화 같은 증상을 잘 살피라고 안내한다. 특히 임신 중에는 원래도 다리가 붓거나 불편할 수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한쪽 다리만 유독 붓거나 아프고 붉어지는 경우는 그냥 넘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오래 같은 자세로 있는 것을 피하고, 몸 상태를 보면서 너무 무리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NHS는 임신 중 DVT 관리에서 활동을 유지하고, 처방받은 압박스타킹을 착용해 다리 순환을 돕도록 안내한다. 내가 무리해서 걷지는 못해도 몸 상태를 봐가며 조금씩 움직이려 했던 것도 이런 관리와 닿아 있었다.

그리고 더 위험한 건 혈전이 폐로 이동하는 상황이다. NHS는 갑자기 숨이 차거나, 가슴이나 등 쪽이 아프거나 조이는 느낌이 들거나, 피 섞인 기침이 나오면 폐색전증일 수 있으니 즉시 응급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리만 괜찮으면 되는 병이 아니라는 뜻이다.

임신 중에는 출산 전후 계획도 같이 중요하다. RCOG는 DVT가 있는 임신부의 경우 출산 전후로 항응고제를 언제 끊고 언제 다시 시작할지, 분만과 산후 치료를 어떻게 이어갈지 의료진과 함께 계획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혈관외과 따로, 산부인과 따로가 아니라 두 진료를 같이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에도 결국 출산 계획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됐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출처: NHS - Deep vein thrombosis in pregnancy

출처: RCOG - Diagnosis and treatment of venous thrombosis in pregnancy and after bi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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