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 안 된다고 했는데 갑작스레 임신이 됐다
이 이야기는 둘째의 임신과 출산 이야기이면서 임신 중 경험한 질병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름은 아니고 6월 정도였던 것 같다.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부인과 검사를 하면서 자궁 초음파를 받았다. 그 검사에서 내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병이었다. 나는 생리 주기도 규칙적이고 호르몬 변화도 잘 모르겠고 뭐가 문제인지도 잘 모르겠었다.
둘째를 원했는데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서 임신이 어렵다고 했다
일단 나는 선생님께 둘째를 갖고 싶은데 괜찮은지 여쭤봤다. 첫째한테 동생을 만들어주면 동생을 잘 챙겨주고 동생이랑 같이 놀기도 하고 좋을 것 같고 나중에 덜 외로울 것 같기도 했다. 물론 형제가 다는 아니지만. 그래서 첫째한테도 동생 있으면 어떨 것 같아? 하고 운을 띄우면서 얘기를 많이 꺼냈고 동생 있으면 좋은 점도 얘기해주곤 했는데 글쎄.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으면 아기를 가질 수 없다고 하는 거다.
진짜 청천벽력 같았다. 너무 충격을 받았었다. 나 때문에 둘째를 낳을 수 없다니 가족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싶었다. 그래도 나랑 남편은 사랑스러운 첫째가 있으니까 첫째랑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자고 얘기했다. 기분 전환 삼아 여행도 가고 신나게 놀기도 했다.
그런데 내 몸이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다가 두어 달 후에 갑자기 뭔가 몸에 이상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있었는데 아무튼 몸의 느낌이 평소와는 달랐다. 약간 심장이 두근거리고 열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자궁 쪽에서 느껴지는 뭔가 뭉클한 다른 느낌이랄까. 이 느낌, 이상한데?!
그런데 분명히 다낭성 난소 증후군 때문에 아기를 가질 수 없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몸에는 이상한 변화가 있고 뭔가 잘못됐나 어디가 아픈가 어떻게 해야 되지 임신을 한 건가 호르몬이 이상한 건가 싶어서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내가 원래 예민한 편이다. 아주 많이.
얼른 약국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해봤는데 진짜로 두 줄이 나와서 급히 산부인과를 갔다. 다시 검사를 해보니 정말로 둘째를 임신한 게 맞았다. 내가 예민하기도 하지.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시면서 애기집이 생기기만 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알고 온 것 같다고 하셨다.
난 다낭성 난소 증후군 때문에 아기를 가질 수 없다고 들었는데 두어 달 만에 임신이 돼서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너무 갑작스럽고 놀랍기도 했다. 그래도 축하할 일이고 정말 기뻤다. 우와, 둘째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천사가 틀림없었다.
기쁜 소식과 함께 걱정되는 소식도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유산기가 약간 있다는 거다. 그래서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고 쉬는 게 좋겠다고 했다. 소중한 둘째가 잘못될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첫째를 안아 올리는 것도 하지 않고 되도록 큰 힘을 쓰지 않기로 했다. 집에 있을 때는 좀 얌전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라고 해서 정말 최대한 외출도 많이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내려고 노력했다.
남편이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좋아하는 것도 사줬다. 갈비찜도 만들어줘서 맛있게 먹고 뉴욕에서 유명한 크레이프 케이크를 서울에서 공수해 와서 먹기도 했다.
그런데 기름진 걸 먹으면서 너무 안 움직였던 걸까. 갑자기 허리가 너무 아픈 거다. 아무리 기다려도 며칠이 지나도 계속 아팠다. 골반까지 너무 아팠다.
원래 임신을 하면 이렇게 아팠나 싶었다. 첫째 때가 4년 전이긴 하지만 왜 이러지? 나 원래 건강체질인데 자꾸 아파오는게 이상했다.
여기서 잠깐!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으면 정말 임신이 불가능할까?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은 배란이 불규칙하거나 잘 일어나지 않아 임신이 어려워질 수 있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다만 임신이 어렵다는 말과 절대 임신할 수 없다는 말은 같은 뜻은 아니다. NHS는 PCOS가 배란 문제 때문에 임신을 어렵게 만들 수 있지만 치료를 통해 임신하는 경우도 있다고 안내한다.
내 경우에는 바로 그 지점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나는 사실상 어렵다는 쪽으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두어 달 뒤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더 놀랐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어렵다는 말과 불가능하다는 말은 다르지만 그때의 나는 그 차이를 차분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출처: NHS - Polycystic ovary syndrome (PCOS)
여기서 잠깐! 유산기라는 말은 보통 어떤 상황을 말할까?
일상에서는 유산기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의료적으로는 임신 초기에 출혈이나 골반 통증 등이 있을 때 절박유산(threatened miscarriage)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반드시 유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경과를 보면서 쉬는 쪽으로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들은 것도 비슷한 맥락의 말이었다. 그래서 그때의 나는 움직이면 안 된다는 말을 꽤 크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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