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으로 옮긴 이야기
주사를 계속 맞으면서 가볍게 운동도 하며 지내고는 있었지만 혈관외과 담당의가 바뀌면서 다른 걱정이 생겼다. 나와 둘째를 끝까지 책임져 줄 의사선생님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지역으로 가셨다고 했다. 바뀐 담당 선생님은 완전히 전공분야가 같지는 않아 불안함은 더 커졌고 산부인과 외래에 가서 초음파도 보고 출산에 대한 설명도 들었는데, 항응고제 주사를 계속 맞고 있었으니까 출산하다가 피가 안 멈추면 어떡하지 싶었다. 아기를 낳다가 내가 잘못되는 건 아닐까. 아니면 아기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불안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날 바로 다른 병원에 가보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서류를 받았다. 전에도 남편이랑 서울 상급병원 외래에 가서 물어보자고 얘기했던 터라 즉시 실행에 옮겼다. 서울아산병원으로 혈관외과를 가서 일단 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질문을 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서울아산병원을 전화로 예약하고 예약한 날짜에 맞춰 갔다. 금식을 하고 가서 피를 뽑고 이제 뭘 좀 먹어볼까 하며 둘러봤더니 밀탑빙수집이 있더라. ㅋㅋㅋ 이 분위기는 무슨 푸드코트 느낌인데... 밥 말고 나 빙수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간 식조절을 해야 된다고 다짐했던 마음은 빙수 한방에 날아가고 1인 1빙수를 하게 되었다. 밀탑빙수로 우리의 불안함을 날려보내고 싶었다.
식당가와는 달리 이 커다란 병원에서 혈관외과를 찾아가 의사선생님을 뵈었는데 분위기가 내가 궁금한 것들을 마구 질문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렇게 저렇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주사제는 있나? 물어보셔서 아기 낳을 때까지 맞을 주사제가 있다고 하니 이쪽에서 딱히 관리할 게 없는 상황이고 주사만 맞고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스타킹은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구멍이 나서 사야 된다고 하니 처방해주신다고 하셨고. 아.. 나 괜히 너무 큰 병원에 왔나 싶었다. 여긴 나보다 더 심각한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 병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이게 뭔가 싶어 하고 있던 찰나, 혈관외과 선생님이 친한 친구분이 마침 고위험 산모를 담당해주시는 선생님이라면서 추천해줄까 물어보셨다.
오! 이렇게 기쁜 일이~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하며 일정을 봐주셨는데 때마침 오후 외래 진료가 있으시다고 온 김에 받으라고 하셨다. 물론 기쁘긴 했지만 거기 가서도 내가 심각한 병이 아니라서 고위험 축에 못 낄 수도 있을 것 같아 안 받아주실까 봐 엄청 걱정하면서 갔다. 그런데 두 분이 진짜 친구 맞나 싶을 정도로 산부인과 선생님은 정말 다정다감하시고 설명도 친절하게 해주시고.. 항응고제를 맞기 때문에 출산을 하다가 출혈이 멈추지 않을 수도 있어서 잘 관리해야 된다고 하셨다. 거기다 여기서 출산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고위험군에 들어간다니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완전히 내가 걱정하는 모든 걸 생각해주시고 초음파를 본 후 제왕절개 날짜를 잡아주셨다. 물론 산부인과를 여자 선생님한테만 진료를 받아봐서 남자 선생님은 어색하긴 했지만 나를 환자로 받아주시니 천만다행이었다. 본인을 믿고 여기서 출산을 하라는 말에 완전히 신뢰가 갔고 나의 불안했던 마음도 많이 가라앉았다.
그렇게 서울아산병원으로 병원을 옮겨 진료를 보기 시작했다.
병원이 너무 멀긴 했다. 서울까지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KTX를 타고 올라가서 또 지하철을 타거나 택시를 타고 병원까지 들어갔다. 그렇게 거의 대부분은 혼자 다녔고 몇 번은 남편이랑 갈 때도 있었다. 몸도 불편한데 병원까지 멀리 다녀야 하니 그것도 참 쉽지 않았다. 아침에 첫째를 1등으로 등원시키고 기차역까지 달려갔다. 지하철로 갈아타고 지하철역에서 택시 타고 병원 들어가서 검사하고 외래 보고 돌아오면 딱 하원 시간이었으니 계속 시간이 촉박해서 서둘러 다녀야 했다. 하지만 병원 지하에서 팔았던 밀탑 빙수는 대기 시간에 들를 시간이 있으면 바쁜 와중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 거기다가 병원 식당가 밥은 어지간한 식당보다 맛이 있어 고르는 즐거움이 있었다.
압박스타킹 하나로 삶의 질이 달라졌다
압박스타킹은 아산병원에 와서 다시 처방받았다. 담당자가 와서 사이즈를 재고 신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처음에는 허벅지까지 오는 걸 신겨주셨는데 어머! 세상에 차원이 다른 압박스타킹이 아닌가? 둘 다 수입제품이긴 했지만... 차이가 컸다. 독일 duomed 제품이었는데 CCL1, M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단 답답함이 확 줄었다. 압박은 잘되는데 편하게 신고 벗을 수 있는 훌륭한 질감의 압박스타킹이었다. 업체 이름이 남부써지칼인가 그랬던 것 같다.
임신 후반부쯤에는 무릎 아래까지 오는 스타킹을 신어도 된다고 해서 얼른 다시 주문했다. 발가락은 덮지 않고 무릎 아래까지만 오는 형태였다. 무릎 아래로 오니 훨씬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압박도 되면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 없어서 나는 아직까지도 그쪽 제품을 쓰고 있다. 그 정도로 압박스타킹 하나도 삶의 질에 영향을 많이 줬던 것 같다. 거기다가 압박스타킹을 신으면 반바지나 치마를 입을 수가 없어서 항상 긴바지까지 입어야하니 여름엔 특히나 덥고 답답했는데 이건 살짝 통기가 잘 되는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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