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할 수 없고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입원 2일차가 되었다. 어제 정신없이 입원을 하고 치료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2일차에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나는 임신 중이어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임신 중이 아니었다고 해도 수술을 하면 몇 년 안에 재발할 확률이 높아서 수술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했다. 와파린이라는 먹는 약도 있었지만 그것도 뱃속 태아에게 부작용이 많아 쓸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더 막막한 것 같았다. 뭔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치료방법은 매일 헤파린이라는 항응고제를 주사로 맞는 거였다. 헐! 그런데 난 나한테 스스로 주사를 놓을 수는 없었다. 남편도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도 아니고 주사를 놔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제일 효과가 좋은 건, 무섭게도 배에다가 주사를 놓는 거라고 했다. 그게 말이 되나? 그것도 처음엔 싫다고 다른 치료방법은 없냐고 물어봤었다. 배 안에 아기가 있는데 어떻게 거기에다가 주사를 꽂나 싶었다. 아무리 의사선생님이 괜찮다고 해도 도저히 못 하겠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간호사선생님께서 보고 계실 때 연습해보라고 했지만 소심한 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제가 혼자 못 해서 남편이 놓아주기로 했어요.” 말씀드리고 간호사선생님이 놔주시고 남편이 주사 놓는 방법을 배웠다. 간호사선생님이 놓아주실 땐 팔에 살이 있는 쪽을 꼬집어서 놓아주셨는데 하나도 안 아팠다. 그런데 남편이 놓아줄 땐 엄청나게 아팠다. 눈물이 핑 돌며 화가 났다.

아침에 두 대, 저녁에 두 대를 맞았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내가 맞은 주사제는 사녹신의 크녹산이라는 주사제였는데 수입되는 주사제가 용량이 정해져 있어서 내 몸무게와 내 상태에 맞는 필요한 용량을 맞추려면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맞는 게 아니라 아침에 두 대, 저녁에 두 대를 맞아야 했던 거다. 하루에 두 번이나 주사를 맞아야 된다고 했을 때도 그것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루에 네 번이나 내 팔에 주사를 찌르라는 건지. 모든 게 힘들게 돌아갔다. 정말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병도 무서운데 하루에 네 번이나 주사를 맞아야 한다니 너무 무섭고 짜증 나고 화나고 속상했다. 아기 잘못될까 봐 걱정도 되고 그냥 모든 게 너무 속상했다.

압박스타킹도 평생 신어야 한다고 했다

주사가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 치료방법은 24시간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는 거였다. 하루 종일! 잘 때도! 씻을 때만 벗을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그때는 상태가 심각해서 허벅지까지 덮는 압박스타킹을 신으라고 주셨는데 난생 처음 신어보는 압박스타킹은... 정말이지~ 혈전 때문에 다리를 디딜 때마다 아프고 불편한 것도 힘들었는데, 부은 다리에 스타킹까지 신고 있으니 너무너무 불편하고 답답해서 잠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요새는 다이어트용으로 많이 신던데 다들 대단한 것 같다.

치료를 위한 세 번째 방법은 잠잘 때 침대에 발판을 놓고 심장보다 높게 다리를 올리고 자는 거였다.

그래도 가장 두려운 건 주사를 맞는 것이지. 가장 중대한 질문부터 여쭤봤다.

Q1. 주사는 언제까지 맞아야 되나요? 부작용은 있나요?
A1. 출산 후에도 검진을 한 뒤에 주사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 부작용은 출혈이니 음식할 때도 다치지 않게 주의하라고 했다. 출산할 때는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여기 병원 산부인과를 연결해주신다고 했다. 일단 출산 이틀 전부터 주사를 끊고 출산을 해야 된다고 하니 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틀이면 주사 효과가 없어지는 게 맞을까? 싶으면서...

Q2. 압박스타킹은 언제까지 신어야 되나요?
A2. 스타킹은 평생 신어야 된다고 했다.

진짜 막막하다~ 주사는 출산 직전까지 맞아야 하고 부작용 때문에 출산이 걱정되고 압박스타킹을 평생 신으라니. 내 일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상상이 잘 안 됐다.

여기서 잠깐! 왜 주사를 맞아야 했을까?

심부정맥혈전증이 생기면 혈전이 더 커지지 않게 하고 폐로 가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통 헤파린 계열 주사를 쓴다고 한다. 임신 중에는 먹는 약보다 이런 주사 치료가 더 흔하게 쓰인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도 결국 매일 주사를 맞아야 했던 거다.

출처: NHS - Deep vein thrombosis in pregnancy

출처: RCOG - Diagnosis and treatment of venous thrombosis in pregnancy and after birth

여기서 잠깐! 왜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어야 했을까?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다리 쪽 혈액순환을 돕고 붓기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임신 중 심부정맥혈전증의 초기 관리에서는 다리를 올리고 압박스타킹을 함께 적용해 부종을 줄이는 방법이 권고된다고 한다. 내가 그렇게 답답한 스타킹을 계속 신어야 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출처: RCOG Green-top Guideline No. 37b

출처: NHS - DVT (deep vein thromb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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