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기 때문에 쉬고 있었는데 내 몸이 점점 이상해졌다

산부인과에서 유산기가 있다고 해서 정말 최대한 조심하고 있었다. 무거운 것도 들지 않고 뛰지도 않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았다. 집에서도 되도록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서 지냈다. 한마디로 뒹굴뒹굴~ 그 와중에 몸에 좋다는 것도 잘 먹고 내가 좋아하는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은 간식들도 많이 먹었다.

너무 잘 먹은 것에 비해 너무 움직이질 않았던 걸까? 갑자기 허리가 너무 아파왔다. 그냥 좀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며칠이 지나도 계속 아팠다. 그다음엔 골반까지 너무 아팠다. 원래 임신하면 이렇게 아픈가 싶었다. 첫째 때가 4년 전이긴 해도 이번에는 정말 느낌이 이상했다. 늙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쉬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다.

걷다가 아파서 쉴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 동네 축제가 있어서 엄마 때문에 나가 놀지도 못해 딱한 첫째랑 같이 축제 구경을 나섰다. 여러 가지 체험과 플리마켓이 있어 구경을 해야 되는데 한 천막에서 다음 천막까지 조금 걷다 보니 다리가 너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다리 근육이 쑤시고 아픈 게 아니라 일어서서 다리를 한 발짝 디딜 때마다 다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 걷고 멈춰서 쉬고 또 조금 걷다가 멈춰서 쉬고 그렇게 해야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계속 걸어 다닐 수가 없었다. 내 한계가 오고 있음을 느끼면서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이 상황이 웃음이 나지. 난 아프면 웃는 이상한 스타일이다. ㅜㅜ

안돼.. 우리 첫째 더 놀고 싶어한단 말이야.. 모르겠다. 좀만 버티자라고 생각했다. 난 원래 건강체질이라 아파도 그냥 두면 낫는다고 믿었다. 그러다 어린이집 보건 선생님을 만났다. 그 선생님이 내가 걷는 걸 보더니 왜 이렇게 제대로 걷지를 못 하냐고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다. 그 선생님은 간호사 출신이다 보니 괜시리 진짜 병원 가야 되나 생각했지만 조금 더 있음 낫겠지란 생각이 더 강했다. 일단 의자에 앉아서 버티며 첫째를 놀게 해주고 싶었지만 점점 한 번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줄고 있었다. 내가 아파서 첫째가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돌아온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도 엄마가 책은 읽어줄 수 있으니까 집에 가서 남편이랑 번갈아서 책을 읽어주고 놀아주고 맛있는 것도 사줬다.

진짜로 나는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난 첫째도 돌봐야 되고 남편은 바쁘기도 하고 친정식구들은 멀리 사니까. 거기다 이 통증 때문에 무슨 병원을 갈지도 모르겠었다. 임신해서 약을 먹을 수 없다는 생각도 병원 가는데 거부감이 들게 했다. 거기에 각종 세균과 병균은 나와 우리 첫째, 뱃속 둘째까지 안 좋을 수 있단 생각도 있었다. 일단 나한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첫째랑 뱃속 둘째였고 우리 가족의 일상 루틴이 깨지는 건 용납할 수 없으니까. 첫째한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진짜 엄마는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근데 내 몸은 그 축제 때부터 이미 심각한 상태였던 것 같다.

샤워하다가 다리 상태를 보고 놀랐다

그 뒤로도 이틀 정도를 제대로 걷지 못한 채 보냈다. 점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10발자국, 8발자국, 5발자국으로 점점 줄었지만 걷다가 쉬고 걷다가 쉬고 다른 물건을 잡고 걷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가만히 서 있으면 다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오래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샤워를 하려고 보니까 내 다리가 너무 이상한 거다. 왼쪽 허벅지가 오른쪽 허벅지보다 1.5배는 더 부어 있었고 마치 다리가 썩은 것처럼 검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무서웠다. 이제는 정말 서 있지도 못하겠고 걷지도 못하겠을 정도가 되었다. 시간이 약이 아니었다. 발을 내디딜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내가 너무 둔하게 버틸 대로 버틴 것 같다. 나는 살면서 첫째 제왕절개할 때 말고는 수술을 하거나 입원을 하거나 링거를 맞아 본 적도 없었다. 응급실도 가본 적이 없었다. 건강한 편이다 보니 많이 아프거나 크게 다친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낫겠지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고 계속 악화되고 있었다.

남편과 병원을 돌다가 결국 응급실까지 갔다

다음 날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남편이 휴가를 냈다. 남편이랑 같이 산부인과를 갔다. 유명한 정형외과를 소개해주셔서 정형외과를 갔는데 원인을 못 찾았다. 신경외과를 소개해주셔서 신경외과를 갔고 신경외과 선생님들도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며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보라고 했다.

병원을 여기저기 도는 동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첫째 하원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 응급실이라니. 일단 응급실 가서 빨리 해결하고 가자고 생각했다.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병원 왔다 갔다 하느라 또 부은 다리를 침대에 누워 다리를 들고 있으니 상태가 나아져서 다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없어졌다. 이대로면 첫째 데리러 빨리 돌아가도 될 것 같았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나를 두고 내가 무슨 병인지 찾기 위해서 의사들이 이 병인지 저 병인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원인을 찾는 게 너무 이상하고 불쾌하고 나를 굉장히 불안하게 만들었다. 난 첫째한테 당장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앗, 오후 5시가 돼버렸다. 첫째가 끝날 시간! 다른 아이들은 다들 엄마랑 집에 갈 텐데 우리 첫째만 혼자 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얼른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여기저기 병원 갔다가 원인을 못 찾아 응급실에 오게 되었는데 시간이 늦어져서 아직 갈 수가 없어요. 혹시 저희 첫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녁 시간이라 정말 죄송하고 염치없지만 저녁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 같은 거 주셔도 잘 먹을 거예요. 하며 저녁까지 부탁드렸다. 거의 다 끝나가서 잘 시간 전엔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큰 병원이 우리 사는 동네랑 1시간 거리인데 퇴근시간이니 2시간 정도는 걸릴 것 같았다. 당장 친정식구들이 여기 올 수가 없었고 진짜 어찌할 수가 없는 상황에 정말 우리 첫째를 맡길 믿음이 가는 분이라 부탁을 드렸다. 흔쾌히 도움을 주신다고 하셔서 첫째랑 통화를 하고 그렇게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 여태까지 죄송하면서도 정말 고마운 마음이 있다.

우리 첫째, 태어나 한 번도 엄마 없이 다른 사람 집에 가본 적도 없고 밥을 따로 먹어본 적도 없는데 첫째에 대한 걱정이 태산같았다. 정말 너무나도 걱정이 되고 눈물도 나고 미칠 것 같은 상황이었다.

응급실 선생님이 혈관외과 선생님을 호출했고 한참 기다린 끝에 혈관외과 선생님이 오셨다. 하지만 그 선생님이 보기에는 혈관 문제로는 안 보였던 것 같다. 내가 누워서 다리를 올리고 혈관외과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다리에 붓기가 빠지고 다리 혈색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으니 뭐가 문제라는 건지 모르셨던 것 같다. 그래서 혈관외과 선생님이 오고 나서는 이건 혈관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난 첫째밖에 생각이 안나는 와중에 또 나를 두고 앞에서 토론이 시작되었다. 혈관 문제네 아니네... 혈관외과 선생님이 혈관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하셔서 내가 “선생님, 저 일어서면 다리가 붓고 너무너무 아파요. 그냥 아픈 게 아니라 다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으로 아파서 걸을 수가 없어요. 세 발자국 이상 발을 디딜 수가 없어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초음파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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