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서 시작한 알레르기 검사 이야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서 알레르기 검사를 제안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 엄마인 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서 가족들에게 알레르기 검사를 제안했다. 피를 두 통 정도 뽑아서 알레르기 검사를 해볼까? 강아지를 키우려면 강아지털 알레르기가 없어야 되잖아. 했더니 모두가 당연히 좋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빠랑 첫째, 둘째만 알레르기 검사를 하기로 했다. 난 살면서 재채기가 심하거나 코로 숨을 못 쉬거나 그런 적이 별로 없었으니 알레르기가 없을 것 같아서 굳이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검사를 하러 갔는데 둘째가 언니랑 아빠 검사하는 걸 보고 나서 마지막에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먼저 하는 게 안 무서운데라고 얘기했으나 한 번도 해본 적 없으니 한 번 보고 한다고 얘기해서 언니가 제일 먼저 피를 뽑았다. 눈물이 그렁그렁 아프다고 했다. 아빠는 두 번째로 진행했고 둘째 차례가 되었는데 의자에 앉긴 했는데, 그 다음부터 안 하겠다고 팔을 가리고 버티기 시작했다.

억지로 할 수는 없는데 간호사는 시간 끌지 않게 빨리 하려고 막무가내로 진행하려고 하자 둘째는 무서워서 울기 시작했다. 잠시 시간을 달라고 말씀드린 후 울음을 달래고 우리 강아지 키워야 되는데 검사를 못 하면 강아지를 키울 수가 없다. 그러면서 언니랑 아빠는 피까지 뽑았는데 서윤이가 안 하면 언니랑 아빠가 너무 속상해할 것 같다고 얘기해보고 강아지 사진도 보여줬으나 ㅋㅋ 강아지! 필요없다고 했다. 강아지를 제일 좋아하는 건 둘째였음에도 피를 두 통씩이나 뽑는 걸 보니 절대 할 수가 없었겠지. 엄마의 배려가 아이를 망칠 수 있다니까~

첫째와 아빠의 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심했다

첫째와 아빠의 알레르기 검사 결과는 역시나 다양한 알레르기가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첫째는 일단 강아지 알레르기를 시작으로 집먼지진드기와 말벌 알레르기, 온갖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었고 아빠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결과지에는 알레르기의 단계도 적혀 있었는데 10단계로 최고 심각한 게 강아지에 대한 알레르기였다. 세상에... 엄마가 큰일 낼 뻔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어떤 것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알고 신경을 쓸 수 있으니 검사한 게 다행인 것 같았다.

둘째도 나처럼 알레르기가 없을 것 같긴 했는데 그 애가 현명했다. 어차피 둘째가 검사했었어도 첫째의 강아지 알레르기로 강아지를 키우지 못할 상황이었으니까.

몇 년 뒤 둘째도 결국 검사를 하게 됐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흐른 뒤, 둘째도 결국 알레르기 검사를 하게 됐다. 둘째도 3학년 정도에 성조숙증 검사를 하기로 하고 병원에 갔는데 피를 두 통 뽑으면 성조숙증 검사랑 알레르기 검사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첫째는 성조숙증 검사 따로 알레르기 검사 따로 했으니... 다음엔 피를 절대 뽑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기도 했는데 한 큐에 진행된다니.. 그새 세상이 좋아진 건가~

어쨌든 둘째가 피를 뽑을 땐 간호사선생님이 많이 친절하시고 실력도 좋아서 첫째랑 아빠에 비하면 큰 고통 없이 피를 뽑을 수 있었다. 첫째랑 아빠는 사흘 정도를 아팠다고 했는데 둘째는 아파하지 않았다.

둘째 결과는 더 놀라웠다

알레르기 검사 결과를 받아보니 알레르기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둘째는 정말 화려하게 알레르기가 등장했다. 딸기, 망고, 오렌지, 바나나, 복숭아, 사과 거의 모든 과일이 다 알레르기가 있다고 나왔고 나무 두 종류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나왔다. 이 녀석 봐라... 과일을 좋아하는데 알레르기가 있는 건 몰랐는데. 알고 보니까 과일을 먹을 때 목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혹시 부어오르거나 할까 봐 걱정했는데 단계도 낮게 나오고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나마 높은 단계였던 것은 오리나무였는데~ 봄마다 꽃가루가 날릴 때마다 엄청나게 눈이 가렵고 피부도 가렵다고 했다. 그냥 꽃가루가 날리니까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알레르기 때문이었나 보다. ㅠㅠ 이게 바로 강력한 무지의 세계이다.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어떤 것에 예민한지 알고 지켜볼 수 있게 된 게 다행이었다. 검사 결과만으로 모든 걸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왜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지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된 건 분명했다.

여기서 잠깐

알레르기 검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알레르기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그 음식이나 물질에 반드시 실제 반응이 생긴다고 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다. 검사 결과는 아이가 실제로 무엇을 먹었을 때 어떤 증상을 보였는지, 평소 어떤 상황에서 힘들어했는지와 함께 봐야 더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출처: ACAAI - Food Allergy Testing and Diagnosis

출처: HealthyChildren - Diagnosing Food Allergies in Children

꽃가루 알레르기와 과일 알레르기는 같이 나타날 수 있을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 중에는 특정 생과일이나 생채소를 먹을 때 입안이나 목이 간질간질한 느낌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꽃가루와 음식 단백질이 비슷해서 이런 교차반응이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이를 꽃가루-식품 알레르기 증후군 또는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출처: ACAAI - Pollen Food Allergy Syndrome

출처: AAAAI - Oral Allergy Syndrome

반려동물 알레르기는 어떻게 확인할까?

아이에게 반려동물 알레르기가 의심되면 피부검사나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동물 가까이 갔을 때 재채기, 콧물, 눈 가려움, 코막힘 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그냥 지나치기보다 확인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출처: HealthyChildren - When Pets Are the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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