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비염과 약 부작용 이야기

첫째는 비염이 심한 편이다

첫째는 아빠를 닮아 비염이 심한 편이다. 알레르기 검사는 하지 않았어도 비염이 굉장히 심하고 알레르지가 있다는 건 알고는 있었다. 갑자기 한기를 느꼈을 때나 꽃가루가 날리는 철엔 엄청나게 재채기를 했고 콧물도 많이 났다. 거기에 황사가 불거나 미세먼지가 심하면 어김없이 코 점막이 부어서 숨쉬는 게 답답한 것처럼 보였다. 병원 가서 확인해보면 항상 코 점막이 부은 상태로 콧물이 가득한 사진이 보였다. 감기든 독감이든 거의 항상 비염이 문제가 되었고 조금 커서는 그나마 코세척을 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았다.

코세척을 아이한테 해주는 건 쉽지 않아 자주 할 수는 없었다. 상태가 안 좋을 때 잘못했는지 중이염이 생기고 열도 많이 나고 고막도 고름으로 가득 차서 고생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무서워서 자주 코세척을 해줄 수는 없었다.

병원 약을 먹이며 나름의 기준이 생겼다

비염이 심하다 보니 자주 가던 병원에서는 거의 비슷한 약을 지어줬고 검색을 하는 습관 덕에 어떤 성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대략 알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모든 약이 잘 드는 것은 아니어서 특별히 이것 더 넣어주실 수 있을까요 물으면 의사선생님이 가능하다고 하시며 추가해주시기도 했다. 예를 들면 목이 아플 땐 물약보다는 가루약이 조금 더 효과가 있었고, 또 비염에 먹는 약도 특정 약이 효과가 있어서 잘 메모해두었다가 선생님께 말씀드리며 크게 힘들지 않게 이겨냈다.

그런데 약 때문에 정말 무서운 일을 겪었다

독감이 유행하던 어느 날이었다. 둘째가 뱃속에 있고 주사를 맞고 있던 때 남편이 미국 출장을 가서 아이랑 둘만 지내고 있었다. 아이가 하원 후 콧물이 조금 있길래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왔는데~ 아이가 저녁밥을 먹자마자 갑자기 토를 했다. 왜 그런가 보니 열을 재보니 38.8도! 고열이었다. 어릴 때는 열이 날 때 밥을 먹으면 토하는 때가 몇 번 있었다. 독감 유행철이니 아 걸렸구나 싶었다. 이미 병원은 문을 닫았고 콧물도 좀 있는 것 같고, 일단 열이라도 내리고 밥을 먹여야 될 것 같아 처방받은 약부터 먹였다. 그 약엔 해열진통제와 콧물약 등이 있었다. 약만 먹고 나서 콧물약이 들어서 졸려해서 밥을 못 먹고 잠이 들었다.

서너 시간 후 첫째가 깼다. 엄마 여기 호랑이가 있어. 기린이 있어. 사자가 보여. 하길래 응? 이상하다 싶었다. 무섭고 걱정되기 시작했다. 엄마 여기 꽃이 피었어. 그러더니 그다음부턴 줄이 달린 인형이 날 쳐다보고 있어. 다름 아닌 환각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때 처방받은 모든 약을 검색해봤다. 문제의 약은 바로 슈다페드였다. 그 약을 사던 때는 약국에서 그 약을 물약으로도 구할 수 있을 때였다. 아이가 독감처럼 열이 많이 나고 밥도 못 먹고 약을 먹어서인지 환각 증세가 꽤 오래 갔다. 3~4시간 정도... 아이가 그나마 약을 먹어서인지 아픈 건 덜 했지만 환각 증상 때문에 자꾸 무서운 장면이 보여서 나랑 계속 얘기하면서 누워 있었는데, 이게 얼마나 갈지 언제나 돌아올지 모르겠어서 엄청 걱정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차라리 불을 끄면 안 보일까 해서 불을 꺼도 보인다고 하고 불을 다 켜도 보인다고 하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냥 안아주고 옆에 있을 수밖에. 솔직히 난 공포영화에서 본 게 상상되니 너무 무서운 광경일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이는 TV를 접하지 않아서 그림책으로 봤던 것들이나 실제로 본 동물, 인형 같은 거였을 거라 짐작했다.

그 뒤로 약을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는 그때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너무너무 무서웠다고. 그때 왜 그랬던 거냐며~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으로 환각 증상이라는 부작용이 생기다니 이건 너무 무서운 일 아닌가. 약을 다시는 먹이지 말아야 하나 걱정되기도 했다.

그 후로는 슈다페드와 비슷한 성분의 약은 절대로 먹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의사선생님께 이 약의 환각 증상 부작용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해서 다른 약으로 변경해달라고 했는데, 콧물을 줄이는 데 이만한 약이 없다고 말씀해주시면서 제외해주셨다. 초등학생이 되고 나선 첫째가 워낙 비염이 심하고 콧물도 많이 나니 학교생활에 방해가 될까 봐 밥을 꼭 먹이고 컨디션을 보면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할 수 있게 했다. 그 후론 다행이도 환각 증세를 보인 적이 없었다.

최근에 다시 그 약 성분을 찾아보니 예전보다 더 조심해서 봐야 하는 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을 겪고 나서는 아이가 먹는 약 이름과 성분을 그냥 넘기지 않게 되었고, 비슷한 계열 약은 더 신중하게 보게 됐다. 그때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지만 지나고 나니 부모가 약 이름 하나라도 기억해두는 게 왜 중요한지 알 것 같았다.

여기서 잠깐

알레르기 비염이란?

알레르기 비염은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 가려움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를 흔히 말한다. 원인 자극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상이 계속되면 항히스타민제나 비강 스테로이드, 생리식염수 세척 같은 방법을 함께 보게 된다.

슈다페드(슈도에페드린)는 어떤 약일까?

슈다페드는 코막힘을 줄이는 데 쓰이는 슈도에페드린 계열 약으로 알려져 있다.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아이마다 약 반응은 다를 수 있다. 특히 흥분하거나 잠을 못 자거나 평소와 다르게 예민해지는 등 예상 밖의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어서 약 이름과 성분을 기억해두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약 먹고 이상 반응을 보일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약 이름, 먹은 시간, 같이 먹은 음식, 증상이 시작된 시간을 적어두면 다음 진료 때 설명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숨쉬기 이상, 의식 변화, 심한 처짐처럼 평소와 확연히 다른 반응이 보이면 지켜만 보지 말고 바로 다시 진료를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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