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날
퇴원하고 나서도 꼼꼼하게 지켜봐야 했다
둘째 상태를 상세하게 지켜봐야 했기 때문에 퇴원 전날 바로 산소포화도 검사하는 기계를 대여해서 조리원에서부터 잠잘 때마다 발목에 채워놓고 체크했다. 조리원에서 쉬면서 중간중간 둘째가 숨을 잘 쉬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한두 번쯤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호흡곤란이나 청색증이 오진 않았다. 혹시 또 숨이 차거나 얼굴색이 파랗게 되거나, 뭔가 놓치면 어떡하나 싶어 둘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결국 퇴원 후에도 완전히 안심할 수가 없었던 거다. 거기에 남편은 회사에 복귀하기 위해 혼자 집으로 내려갔고 나랑 첫째, 둘째만 친정에 있었다. 친정 식구들이랑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남편한테 너무 의지하고 있었던 건가? 아니면 이제 둘째라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건가? 어쨌든 우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물론 둘째 돌보면서 첫째도 챙기려면 많이 힘들겠지만 어차피 내가 할 일이니까.
처음엔 출산만 하면 마음 고생과 몸 고생 다 끝날 줄 알았다. 주사 맞는 것도 태아인 둘째한테 죄책감이 많이 들었고 혹시 모를 위험 부담 때문에 제왕절개할 때 걱정도 많이 되었는데... 출산하고 끝난 게 아니었고, 퇴원했다고 끝난 것도 아니었다. 새벽에 밤잠이 길어질 때도 걱정되어 잠도 못 자고 계속 둘째를 살피며 복잡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결국 우린 잘 이겨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 길었다. 일이 하나가 정리되면 또 하나가 터지고, 이제 좀 괜찮아지나 싶으면 또 다른 일이 생겼던 것 같다. 임신 중 심부정맥혈전증 충격에서 헤어나야 했고, 수백 대의 주사도 맞아야 했고, 두려움을 더한 출산도 해야 했고, 둘째의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도 겪어야 했다.
그래도 결국은 잘 지나왔다. 그때는 끝이 안 날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조금씩 괜찮아졌다. 물론 그 시간을 다시 겪으라고 하면 정말 너무 힘들 것 같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우리 가족 모두 정말 수고했어.
내 심부정맥혈전증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 심부정맥혈전증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사는 조리원에서 며칠 더 맞고 안 맞기로 했고 치료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됐다. 초음파를 해보니 결과가 괜찮아서 병원도 더 안 와도 된다고 하셨다. 혹시나 다리가 다시 붓거나 아프거나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면 된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지금도 신고 있는데 잠잘 때는 벗고 자고 있다. 혈관외과 선생님이 평생 스타킹을 신으라고 해서 내가 신지 않을 방법은 없냐고 물었다. 10킬로를 빼서 유지하면 스타킹을 신지 않아도 될 거라고 하셨다. 지금 만삭 때랑 몸무게가 똑같은데 어찌 그렇게 몸무게를 뺀단 말인가. 흥!
그리고 평소엔 괜찮은데 운동에 따라 불편할 때가 있다. 많이 걷거나 등산은 괜찮지만, 트램펄린 점핑운동을 많이 하거나 줄을 서는 것처럼 한자리에 오래 서 있으면 다리 혈관에 압력이 가해져서 좀 불편하긴 하다. 그 외에는 크게 불편한 점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잠잘 때 심장보다 높이 다리를 올리고 자는 것도 여전히 하고 있다. 그걸 안 하면 다리가 좀 불편해서 이젠 다리 올리고 천장만 보고 자는 게 더 편하다. 완벽히 예전처럼 돌아가진 않았다.
사실 내가 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적게 된 건, 심부정맥혈전증에 걸린 임산부의 이야기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치료는 어떻게 받는지, 출산은 어떻게 하는지, 출산 후에는 괜찮은지, 시간이 지나면 예후는 어떤지 알고 싶어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도 그때는 검색만 하다가 더 불안해지고, 발만 동동 구르며 걱정하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이 글이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덜 무섭고 덜 걱정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적었다.
여기서 잠깐
산소포화도는 왜 계속 보게 될까?
산소포화도는 혈액에 산소가 얼마나 실려 있는지를 보는 값이라고 한다. 신생아 시기에는 심장과 폐가 바깥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 수치를 확인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손이나 발에 센서를 붙여 측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 와서도 아기 상태가 걱정되면 이 수치를 자꾸 확인하게 되었다.
다만 숫자만 보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얼굴색이 달라지거나 숨쉬기가 힘들어 보이거나 늘어지는 모습이 있으면 숫자만 기다리지 말고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나도 결국 집에 와서도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