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 기대도 됐지만 걱정과 두려움이 컸다
첫째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첫째는 태어나서 엄마랑 거의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엄마 없이 자 본 적은 아예 없었고, 엄마가 하루라도 집을 비우는 일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아마 신생아 때 병원이랑 산후조리원에서 엄마랑 따로 잠잔 게 마지막이었을 것 같다. 항상 엄마랑 껌딱지처럼 꼭 붙어다녔는데~ 갑작스럽게 심부정맥혈전증 때문에 입원해 있는 동안 첫째가 많이 힘들어했었다.
그래서 엄마 없는 열흘 정도의 시간 동안에 뜯어볼 수 있는 장난감을 열 개 준비해뒀다. 아이가 책으로 본 디즈니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 오로라 공주에 푹 빠져있었다. TV를 아예 안 보던 아이라 뽀로로는 책 속 주인공인 줄 알았다. 아는 캐릭터가 많지 않아 장난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두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오로라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존에서 여행용 캐리어, 숄더백, 디지털카메라, 인형을 직구했고 문구점에서도 이것저것 산 것들이 있었다. 첫째가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는 것들로 골라서 준비했다. 엄마가 없어서 불안하고 허전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즐거운 시간으로 채우길 바라며 하루에 하나씩 뜯어보라고 선물을 준비해뒀다.
미리 분당에 있는 친정에 가서 아이와 적응 기간을 가졌다. 아이를 돌봐줄 할머니와 이모에게 아이 식사할 것과 간식 먹을 것, 잠자는 시간을 알려주고, 한동안 어린이집을 안 가니까 잠시라도 다녀보면 좋을 것 같아 미술학원도 등록해뒀다. 입원하는 날, 첫째에게 엄마는 오늘 입원하러 내일 수술을 하면 동생이 태어날 거라고 설명을 해주고 엄마 보러 병원에 와야돼~ 엄만 첫째가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것 같거든. 전화도 자주 하라고 말하며 꼭 안아주고 뽀뽀도 해줬다. 엄마가 병원 가는 모습을 보지 않도록 이모랑 첫째가 외출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남편이랑 둘이 병원에 입원을 하러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첫째를 두고 가면 내가 더 슬퍼질 것 같기도 했고 첫째도 더 힘들어할 것 같았다.
혹시 첫째를 다시 못 볼까 봐 무서웠다
그런데 첫째한테 방에서 인사를 하고 거실로 내보내자마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제일 무서운 건 혹시 내가 잘못될까 봐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폭발하고 말았다.
혹시 아기를 낳다가 지혈이 안 돼서 내가 잘못될까 봐. 그래서 우리 첫째를 다시 못 볼까 봐 그 생각이 너무 무서웠다. 그냥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정말 그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처럼 무서웠다. 그래서 눈물이 나는 정도가 아니라 울어버렸다. 다행히 첫째는 못 봤지만..
친정 식구들은 그런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줘야 된다고 하면 유난이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했고 내 상황을 정확히 모르기도 했고, 내가 왜 그렇게까지 무서워하는지 잘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 내 상황을 잘 알고 있던 남편만 나를 이해해줬다. 나중 얘기지만 남편도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내가 수술하러 갔을 때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고 했다.
낙상 고위험 환자가 되어버렸다
출산에 대한 걱정도 되고 기분 전환을 위해 출산 2주 전에 가족여행을 갔었다. 방파제 위를 걷다가 넘어졌는데 놀라긴 했지만 세게 넘어진 건 아니고 무릎만 조금 까질 정도라 괜찮았다.
그런데 입원하자마자 교육 같은 걸 하면서 최근 2주 안에 넘어진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그냥 사실대로 “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바로 낙상 고위험!! 환자가 됐다.
침대에도 낙상 고위험 환자라고 표시가 붙고, 빨간색으로 표시가 붙고, 링거 끌고 다니는 기구에도 빨간 종이 같은 게 붙어 있고, 뭐만 하면 다 조심하라고 하고. 나는 그냥 사실대로 말한 건데 갑자기 너무 이상한 환자가 된 느낌이라 좀 웃기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출산 전엔 진짜 모든 게 걱정거리였다. 첫째가 일단 가장 걱정되고, 내가 정말 무사히 애를 낳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고, 남편을 다시 못 보면 어떻게 하나, 그런데 병원에서는 낙상 고위험 환자라고 침대에 걸터앉지도 못하게 하고. 몸도 마음도 하나도 편한 게 없었다.
내일이 기대되면서 걱정되는 출산일이다
보통 산모들은 기대가 더 클 텐데 나만 걱정 반, 기대 반이었던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지혈이 안 되면 잘못될 수도 있다니. 계속 잘 이겨내왔는데 막상 출산일이 닥치니 불공평하단 생각도 들었다. 가장 중요한 주사제는 이틀 전에 미리 끊어뒀고 출산 후에 주사를 얼마간은 맞아야 한다고 들었다. 주사 때문에 모유수유를 권하지 않는다고 들었고, 첫째 때와 달리 이번에는 출산하자마자 단유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산하고 바로 단유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유축기와 양배추크림도 미리 준비했다. 일단 차분하게 내일을 기다리기로 했다.
여기서 잠깐! 항응고제 주사를 맞으면 모유수유를 하면 안 될까?
헤파린 계열 항응고제 자체는 모유수유와 꼭 금기인 약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한다. 저분자량 헤파린과 일반 헤파린은 모유수유 중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 자료도 있었고, enoxaparin은 모유로 의미 있게 나오기 어렵다고 정리한 자료도 있었다. 내가 맞았던 크녹산도 enoxaparin 계열이라서, 적어도 주사 자체만으로 무조건 모유수유가 안 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실제 병원에서는 산모의 출혈 위험, 수술 직후 상태, 함께 사용한 다른 약, 아기 상태 같은 것들을 같이 보고 수유 여부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들었던 말도 단순히 주사 하나 때문이라기보다 당시 내 상태 전체를 보고 한 설명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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